디굴디굴대마왕의 B급 게임의 심각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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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 낙서 쇼타임!

<무제>


필드를 정처없이 헤메면서 저레벨의 몬스터를 한 방에 때려잡으며 코딱지만한 경험치를 주워먹는 두 청년 중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봐 용사”
“응? 왜?”
“아까부터 팔자에도 없는 자코들만 잡고 있는 내 팔자가 서럽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들어줄래?”
“어, 얘기해봐.”

“지금 우리가 이 작품에 출연한게 벌써 3번째 시리즈 잖아.”
“어, 그렇지.”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항상 시작하면, 예전에 얻었던 최강 장비랑 돈이랑 경험치는 다 없어지고, 왜 덜렁 몸뚱이 하나만 남아서 다시 처음부터 이런 약해빠진 놈이나 잡아야 하냐?”
“……”

“게다가 난 저번에 분명히 너보다 레벨이 더 높았어. 그 전작에서는 처음에는 찌질한 마왕군 열혈 바보 지휘관으로 나왔다가 배신 때리고 중간부터 참여했으니까 초기 레벨이 35인건 그렇다 쳐. 하지만 두 번째 작품에서는 레벨이 10이었고, 이번엔 시작할 때 너랑 같이 등장하면서 레벨이 1 이야. 이게 말이나 돼?”
“음 네 기분은 알겠는데 말이지. 사실 그건 내가 벌써 옛날옛날에 고민하다가 때려친 내용이걸랑. 이제와서 고민해도 너무 늦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래서, 그냥 납득하고 넘어갈거야? 앞으로 최소 이런 놈들 300 마리는 더 잡아야 레벨 하나 두개 올라가는 상황을 그냥 인정할 거냐고?”
“아니아니. 나름대로 납득은 하고 있어. 단지 너에게 그런 설명을 하게되면, 첫째,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다가 귀찮고, 둘째, 그 시간에 한마리라도 더 잡아서 레벨을 올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니까지.”

“어이. 만약 나한테 분배되는 경험치가 아까워서 그러면, 내가 파티 탈퇴해줄테니 얘기해봐라."
“…그런 의미가 아닌데. 게다가 지금 딱 두명이 한 대씩 쳐서 일격사 하는 몹이 있는 필드에서 네놈이 빠져버리면 내가 두 대 때리는 동안 그만큼의 피해를 입을거고, 내가 물약먹는거 랑 두번 때릴 시간등등, 생각해보면 네 놈이 있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잖아.”
“그럼 얘기해봐. 왜 우리가 시리즈 시작할 때마다 처음부터 이 개고생을 해야 되는지.”

“어차피 듣고나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네놈의 호기심과 의문을 해결해주기 전에는 사냥의 진도가 나갈 것 같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 몸의 시간을 할애해주지. 잘 들어라.”
“…야, 그냥 부끄럼타지말고 평소대로 얘기해.”

용사라고 불린 청년은 귀밑머리를 가볍게 걷어올리며 검을 세우고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에 등을 기대며 걸터 앉았다.

“나도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너랑 같이 출연한 작품은 이게 3번째지만, 난 그 전에도 <혼자서 마왕을 물리치는> 역할로 1편 2편이랑, 그리고 외전에도 출연했었거든. 그런데 그 때 마다 내 초기레벨은 1이었고, 이런 단순 노가다 같은 반복작업을 계속 해왔다는 거지.”
“…갑자기 네놈이 좀 존경스러워 보인다.”

“뭐, 존경까지는 필요없고, 하여간 내가 1,2 편을 끝내고 외전에 들어갔을 때, 거기서도
1레벨부터 시작해야 되는 걸 보고는 도대체 게임 만드는 색히가 미쳤나라고 싶어서 게임 배경설정을 좀 뒤져봤거든. 한 두번도 아니고 눈뜨면 침대에 누워서 예쁘장한 처녀가 [일어나셨어요?] 라고 물으니 시나리오 라이터가 바보가 아니면 상상력이라고는 휴지조각 1칸 만큼도 없는 인간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의심이 들었지.”
“…내가 업계 얘기를 좀 아는데, 그런 놈이 기획자인 회사도 꽤 많아.”

“어쨌건 그건 그렇다치고, 하여간 조사를 해보니 이번에는 사고로 절벽에서 떨어져서 기억을 잃고 가진 돈이랑 장비는 산적이 훔쳐갔다는군. 뭐 생각해보면 기억을 잃었다면 원래 쓰던 검술이나 그런 걸 잊어먹을 수도 있지 않겠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기본 스탯은 남아있어야 하잖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본 스탯이 10 /10 /10 / 5 / 1 / 1 이라는 건 장난으로 밖에 생각이 안되더라고.”
“나 같으면 절대 이해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중간에 기억이 돌아왔으면, 그 전에 배운 스킬 같은거라도 생겨야 되잖아?
그런데 외전에서는 스킬체계도 아예 바뀌어서 난 마법도 못 썼어. 아주 미치겠더라구.”

“뭐라고 해야할까, 그거 아주 편리한 기억상실이로구만.”
“그래서 생각해봤다.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지를.”

“…답이 나오냐?”
“뭐, 어느정도는. 첫째. 이 게임 시리즈는 일단 <나>라는 인간이 나오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고정유저가 있다. 즉, 내가 나오지 않으면 이 게임을 사주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곤란하다는 거지.”

“너 임마 전작에서 마왕에게 달려들면서 너만 해치우면 모든 것이 끝이다! 라고
할 때부터 니 놈이 어떤 성격인지는 알고 있었다.”
“…듣기 싫으냐?”
“아니, 계속 해주세요.”

“두번째, 전작부터 플레이 안하고 2번째 작이나 외전부터 플레이를 시작한 유저도
분명히 있는데, 그 때부터 갑자기 레벨이 전작 레벨과 이어진다거나, 혹은 99 부터
시작하면 매우 곤란해지며 부자연스러워 진다.”
“과연. 그건 확실히 그렇구만. 뉴 게임으로 시작했는데 레벨이 갑자기 높아져 있는 것도 확실히 좀 그렇긴 하지. 아니, 근데 그런 게임 옛날에 있지 않았나?”
“있긴 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놈들도 다 초반에 무슨 보스 졸개에게 저주 걸려서
장비 다 뺏기고 레벨 1부터 시작하는 놈들이 태반이더라. 저번에는 XX성의 흡혈귀라는 게임 주인공이 전화가 와서 나한테 5시간이나 그걸 가지고 불평을 토로하더라고.”

“세번째. 뭐 이게 가장 중요하긴 한데, 아마도 게임 만드는 녀석들이 초반부터 강력한
캐릭터를 유저에게 주는 걸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일단 들어주마.”

“초반부터 플레이어 캐릭터가 너무 강력하면, 성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RPG
라는 게임의 재미요소가 반감되게 된다. 그저 슥슥 스토리를 따라 진행하다가 자코들
학살하고 보스까지 일사천리. 누가 이런 게임을 하고 싶겠냐? 너 불꽃의 문장이란 게임 알지?”
“어, 일단은…”
“거기서 보면 꼭 왕자 일행이랑 같이 숙련된 노기사가 나오는데, 너 그 기사로 적 자코들 쓸어서 경험치 먹고 싶냐?”
“아니 그거야 그 인간이 나중에 죽…”

<퍽퍽퍽>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뭐 어쨌든 내가 생각한 건 이 정도야. 그래서 다음부터는 체념하고 그냥 살기로 했지. 어차피 내가 움직여서 강해지느냐 강해지지 않느냐는 지금 모니터 너머로 마우스 열심히 클릭질 하는 녀석에게 달려있으니까.”

“그렇구만. 대충 얘기는 알아들었다. 뭐 중요한 건 우리가 결국 노가다를 할 수 밖에는
없다는 거 아니냐.”
“뭐 그렇지. 게임 속 캐릭터로 태어난 너 자신을 원망해라.”

잠시 동안 용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흑발 검사는 불현듯 생각난 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난 그 외에도 또 하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뭐냐? 전작에서 마왕에게 배신때리고 내 꼬붕이나 하고 있는 열혈 바보 지휘관?”

“나는 아무래도 매 시리즈 마다 여자를 갈아치우고 있는 네놈이 분명히 몸도 돈도 예전 애인들에게 쪽쪽 빨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

오늘의 교훈 : <몸은 뺏겨도 돈은 뺏기지 말자> (아니 반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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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미르 2007/06/08 11:45 # 답글

    마지막이!!! 마지막 한마디가 ;ㅁ;)乃....
    매 시리즈마다 여자를 갈아치워서라니.. _no...
    센스에 감동!
  • 사보텐 2007/06/08 13:46 # 답글

    ...여자도 못 꼬신 놈이 레벨 1이 되는 건요?
  • mrkwang 2007/06/08 15:12 # 답글

    이스인가요(...)
  • 미루 2007/06/08 23:44 # 삭제 답글

    재호님 이글루스의 덧글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일단은 내일 결혼해야 하므로 냥이님 이글루스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
    라고 쓰고 닫으려고 했는데.
    냥이님의 이글루 링크와 제 이글루 링크에 겹치는 부분이 몇몇 보이는군요...;
    뭐 어차피 이글루스는 두세번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고도 하지만요.^^
  • 미루 2007/06/08 23:46 # 답글

    무언가 이상해서 보니 로그인도 안하고 댓글 달았군요.-_-
    냥이님 이글루스도 링크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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