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쪽은 오가미도리 상이고, 이쪽은 디굴디굴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디굴디굴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가미도리입니다."
메모 선장님의 소개로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악수는 나누지 않았다.
보통 악수는 여성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보통인데, 오가미도리 씨는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를 마치고, 오가미도리씨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아마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라도 그렇듯이, 미인 여성의 추파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日本語がお上手ですね。どのぐらい日本に?”
(일본어를 잘하시네요. 얼마나 일본에 계셨나요?)
"いいえ、まだまだです。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日本にはあれこれあわせて4年ほどいました。”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에는 이래저래 4년 정도 있었습니다.)
오가미도리 씨는 4 년만에 일본어를 그 정도로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었다.
오세지(お世辞; 상대방에게 좋은 말로 칭찬하거나 추켜세움 / 우리나라에서는 비행기를 태우다 정도)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역시 웃으며 오가미도리 씨의 한국말도 훌륭하다고 대답했다.
식사가 나오자, 오가미도리 씨는 나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한국 사람은 먹는 속도가
빠르군요. 라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빈 공기를 내밀면서 "おかわり” 라고
얘기했을 때, 오가미도리 씨는 이제 막 3 스푼 정도를 떴을 뿐이고, 메모 선장님 쪽은 절반 정도
남아 있었으니까.
원래 한국인은 뭐든지 빠르죠. 라고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얘기했다.
"まったくですわ。” (정말 그래요) 오가미도리 씨는 한국의 버스나 택배, 그리고
사람들의 얘기를 하면서 맞장구 쳤다.
이런 저런 얘기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고, 가벼운 와인이 한 잔씩 돌아가자
우리들은 전부 기분 좋게 취했다.
오가미도리 씨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아까와는 달리 메모선장님 편에 앉지 않고
내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こっちに座った方があなたの声がよく聞こえますから。”
(이쪽에 앉는 편이 당신의 얘기를 더 잘 들을 수 있으니까요)
나는 무심코 얼굴이 붉어졌다. 오가미도리 씨의 목은 대단히 희었고, 살짝 기댄 팔에서는
말랑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뭔지는 잘 모르지만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나로서도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콜에 잠식된
나의 입에서는 내 의사와 상관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초면에 대단히 실례되는 얘기입니다만."
"네. 뭔데요?"
"....미혼이신가요?"
오가미도리 씨의 하얀 목이 복숭아 빛으로 물드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대답대신 고개를 움츠리고 나를 옆 눈으로 갸슴츠레 바라보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아, 그러세요? 근데 저는 결혼했거든요. 으하하."
오가미도리 씨는 잠시 넋이 나간 것 처럼 멍하니 나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그 특유의 일본어 억양으로 입을 열었다.
"...미친 놈."



덧글
Roland_Kou 2008/03/19 14:23 # 답글
-_-;; 에로 소설같은 분위기는 뭔가요?
디굴디굴 2008/03/19 15:21 # 답글
....어디가 에로 소설 같은데?
세르 2008/03/19 15:57 # 답글
실화야? ...; 반전이 아주 제대로인걸?
에로에로 2008/03/19 16:52 # 답글
아.. 공포 소설 같은데여 'ㅅ' 충격과 공포임.
메모선장 2008/03/20 09:10 # 답글
앗, 오가미도리상;; 화나면 무서운 분이십니다;;
쿠테 2008/03/20 11:10 # 답글
"시간있으세요?""네"
"전 없는데요"
.....어디선가 본 유머가 생각났습니다. ^^
5000 2008/03/22 15:11 # 답글
역시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