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더블린. 낙서 쇼타임!

인랑 팬아트



"안녕"
토끼는 바람에 날려가 버릴 듯한 희미한 목소리로 더블린에게 작별을 고했다.

"어디가는거야? 왜 날 떠나려고 하는건데?"
더블린은 손을 뻗어 토끼의 부드러운 귀를 어루만졌다.

"....너에게 이제 나는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너는 좀 더 많은 사람을 알아야 하고, 좀 더 많은 것을 보아야 하고,
좀 더 많은 일과 만나야 해. 나라는 껍질 속에서 의존하면, 너는 너의 두 다리로 설 수 없어."

"그렇지 않아! 난 지금도 충분히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더블린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길고 가느다란 보랏빛 머리결이 헝클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마. 더블린. 너는 나고, 나는 너야. 나는 지금까지 너와 쭉 공존해 왔고, 너의 생각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어. 너는 내가 있었기에 다른 이들과 접촉할 필요가 없었고, 마음을 나눌 필요도 없었지.
혼자 남는 법을 가르쳐 준 건 나이지만, 넌 이제 혼자가 아냐. 따라서 나는 이제 너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일 뿐이야.
사람은 가끔 혼자서도 살아가야 하지만,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혼자서 살아갈 필요는 없어.
그건 사람의 가장 좋은 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지."

토끼는 빛 바랜 팔을 들어 더블린의 뺨에 대었다.

"더블린. 너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냐. 언제나 떠나버린 것에 집착하게 되면, 미래는 다가오지 않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은 마음에 남겨두고, 또 다시 새로운 것을 향해 나가야 해.
내가 없더라도, 너는 분명히 잘 해나갈 수 있을거야. 내가 너와 함께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내가 너와 함께하기에 네가 얻을 수 없는 것들은 분명히 불행한 일이 될거야. 그리고...."

"...그리고?"

어느샌가 토끼의 작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손에 들려있었다. 토끼의 몸은 마치 깃털 처럼 가볍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말해줘!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너는 어디로 가는거야? 다시 만날 수는 없는거야?"

더블린은 안간힘을 다해 희미해져가는 토끼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토끼는 바람에 실려 둥실 떠가며, 점점 높이를 더해갔다.
하늘로 부터 물방울이 하나 떨어져, 더블린의 얼굴에 자국을 남겼다.
그것은 빗방울이었을까, 아니면 작별을 아쉬워하는 토끼의 눈물이었을까.

더블린은 손을 뻗어, 토끼의 감촉을 다시 한 번 느끼려 했지만, 토끼는 회색 하늘의 품에 안긴 듯
더블린으로 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토끼의 몸을 좌우로 흔들었지만, 토끼는 봄날의 양지바른 곳에 놓여진 것 처럼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토끼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개미만큼 작아진 채 못 박힌 듯 서 있는 더블린에게 마지막 눈길을 보내었다.

(그리고... 고마워. 더블린. 하지만 행복은 간직하고 있을 때보다 쫓을 때가 더 중요한거야)

먼 하늘에 색색의 풍선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점으로 바뀌었다. 더블린의 눈동자에도
살짝 이슬이 맺히고, 곧이어 그것은 투명한 공기가 되어 사라졌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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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kanaru.mp3


처음에는 그저 고스로리 소녀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어서 살짝 그렸던 더블린이, 많은 분에게 사랑 받고
있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더블린이라는 캐릭터가 인랑에서 그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얘기이겠지요.

베이직 2 셋을 만들 때, 더블린 캐릭터만 6 번을 넘게 다시 그렸습니다.

제 안에서의 더블린은 단지 우울하고 약간 음침한 소녀일 뿐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안아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가련한 캐릭터일까요?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앞으로도 더 멋지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디굴디굴대마왕 -

덧글

  • 메르세드 2008/04/03 20:18 # 답글

    아아아.. 이렇게 멋진 글과 함께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참.. 그림 파일을 조금 수정했어요. 큰 차이는 없지만 다시 저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 디굴디굴 2017/01/26 03:03 # 답글

    음 이걸 정말 내가 썼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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