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신청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연상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이름만 보고 일본인이라고 믿어버렸던 것이다.
(キラン=デサイ인가? 라고 혼자서 멋대로 생각해버린 나)
평소에 일본 문학 작품 (주로 라이트 노벨이긴하지만) 자주 읽어오던 차에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한 키란 데사이의 "상실의 상속"은 나를 착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책이 도착한 뒤에야 나는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ㅅ-;
키란 데사이는 일본인이 아니라 인도인이였다. 인도인의 손으로 쓴 인도문학이었다.
당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읽을 수 밖에는 없었다. 리뷰를 써야 하니까 -ㅅ-;;
이 책은 인도의 초오유라는 곳에서 사는 한 판사와 그의 손녀 사이, 그리고 그 집에서
일하는 고용인인 요리사의 얘기를 중심으로 그려지며, 복합구조로서 요리사의 아들인
비쥬의 얘기가 서로 상반되면서도 실타레 처럼 얽키고 섥켜있다.
중심 내용은 어디까지나 사이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며, 어렸을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댁에 맡겨져 살게 되는 얘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요리사의 아들 비쥬 -
미국으로 건너가 불법체류를 하면서 생활하는 - 의 얘기를 동시에 드라마 처럼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 떨어져 있으나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가 있는 위치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의문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상실의 상속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같은 연애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다. 조금 어처구니 없기는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너무도 환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판타지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키란 데사이의 손에 의해 씌어진 인도와 초오유 그리고 칼림퐁이라는 대지는 너무도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은 자연에 의해 축복 받고 있으며,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행복했다.
칸첸중가 (산봉우리의 이름) 의 아름다운 자태의 묘사는 마치 내가 인도가 아닌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했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소설의 흐름은 사이가 지안이라는 남성을 만나고, 인도에 네팔인들의 반란이 시작되면서
크게 변화한다.
사이와 지안은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지안은 네팔인이었고, 따라서 지안이 네팔인들의 반란에 참가하게 되면서
부터 사이와 지안의 관계는 크게 틀어지게 된다. 비쥬는 미국에서 힘겨운 생활을 보내다가, 반란이 시작되면서
요리사인 아버지와의 연락에 문제가 생기자, 어렵게 얻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을 결심하게 된다.
작가 키란 데사이는 아름다운 문체로 인도를 표현했다. 물론 중간 중간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환상문학이라고 멋대로 표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지만)
평화롭던 시간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그 행복과 아름다움을 급속히 잃어가는 후반부에야 말로,
이 책의 제목인 "상실의 상속"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다거나, 혹은 가련하다거나 비극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작가는 마무리에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므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했다.
사이는 지안과 헤어지고, 비쥬는 아버지를 만났으며, 판사는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개를 잃어버렸다.
이후에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행복을 되찾을지, 아니면 더욱 더 큰 상실감을 맛보게 될지,
아니면 뭔가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지, 반란으로 뒤숭숭해진 인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그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 대한 의문을 독자에게 던짐으로서 작가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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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인도에 관하여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이지만)
인도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네팔인들과 인도인들, 그리고 인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 지 못했다. 단지 1980 년대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에서, 요리사의
아들인 비쥬는 미국으로 건너가 불법체류를 하면서 자신이 인도인인 것에 대한 원망과 불만, 그리고 성공에
대한 열망을 계속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쥬는 자신이 인도인인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뿌리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몸을 내던지지도 못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나도 비쥬처럼 인도인은 아니지만 한 때 일본에서 유학을 한 몸으로서 이방인의 위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 (물론 외견적인 차별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외국에 대한 동경과 희망을 꿈꾸면서도 결코 인도인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한국 사람은 어딜 가도 한국 사람이다. 같은 느낌? (아니 좀 틀리다)
그 들은 자신들의 가난하고 비참한 삶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서도 결국은 고향을 그리고 자신의
있는 곳에 안도한다. 난 이 책을 통해서 인도인들이 어떠한 생각으로 영국으로, 미국으로, 그리고 온 세계
사방에 건너려 했는지를 보았다. 그들은 타지에서 희망과 꿈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 들은 항상 고향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서 고국은 정말로 초오유의 꽃밭과 농장과 들판처럼 아름답고 언제나
자신을 반겨주는 곳일 것이다.
홍수가 찾아와서 모든 것이 물에 잠기는 시기에도 그들의 틀을 지킬 수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비오는 날 지안과 사이가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어루만졌을 때 처럼 말이다.
인도의 소설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모든 이야기가 서로 따로 따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마치 추리소설 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아아.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고야 만다.
어느새 나는 무거운 책의 두께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사이의 묘사에 빨려들어가 팔이 저리는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아름다운 글이다. 내 머릿속에 그리는 인도의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만족하면서,
나는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마음이 따스해지기 위해 다시 한 번 천천히 책장을 열어본다.

(초오유의 아름다운 대지 : 이미지 출처 kaerisan.com/ksan/



덧글
디굴디굴 2009/01/13 11:40 # 답글
베스트 리뷰어 당선~ 책 읽고 리뷰쓰니 선물까지 주시다니 이런 감사할 데가...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