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굴디굴대마왕의 B급 게임의 심각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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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아브르 테플 감상 보드 게임



새벽에 뭔 생각인지 자다가 말고 벌떡 일어나서 르 아브르 테플을 했다.
딱히 르 아브르 말고도 해야 할 게임은 넘쳤는데, 르 아브르가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젠 내가 미쳤구나...)

어쨌든 매뉴얼을 확인하니 1인플이 되는 것 같길래 매뉴얼에 따라서
보드와 컴포넌트를 배치하고 혼자서 게임을 준비했다.

새벽에 자다가 일어난 머리로 매뉴얼 해석을 하려니 무척 골치가
아팠지만 어느정도 대충 이런 느낌이다. 라는 건 파악할 수 있었다.
(중간에 매뉴얼 해석이 막혀서 난리법석을 떨다가 30 분 후에 다다에서
한글 매뉴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는 쪽팔린 기억은 잊도록 하자)

르 아브르는 "아그리콜라" 의 디자이너 우베 로젠버그 씨의 작품이다.

그래서 이번 르 아브르도 아그리콜라와 비슷하겠거니...하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대단하다!

물론 아그리콜라 방식대로 정해진 자원을 모아서 시설이나 건물등을
건축한 후에 라운드 끝에 식량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르 아브르의 경우 아그리콜라보다 훨씬 더 심플한 방식으로 게임을
처리한다.

아그리콜라는 수많은 토큰과 개인보드, 그리고 매 라운드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원들을 옮겨가며 일일히 확인하고 직업카드와 보조설비
카드도 신경써줘야 하는데, 르 아브르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설비
(=건물 or 배 ) 는 공동으로 누구나 건설하고 누구나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건물이나 배를 건설하거나 구입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테크가
필요하지만, 내가 그 테크트리를 못 타게 되었다고 해서 아예 그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건설은 자신이 하지만> <이용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 라는 점.

상당히 특이하다. 즉, 내가 건물을 지었지만 이 건물의 이용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턴에 건설과 건물의 이용을 동시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힘들게 건설해놓은 건물에 다른 사람이 쏙 들어와서 먼저 선점해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물을 지은 사람만이 불리해지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시스템이 그냥 용인하지는 않았다.

디자이너는 자원을 들여서 건설하는데는 플레이어의 턴을 소모하지만,
돈을 들여서 건물을 "구입" 하는데는 턴을 소모하지 않도록 해놓았다.
즉, 내가 원한다면 건물을 바로 사들여서, 바로 그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절묘한 밸런스를 맞춰놓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모든 설비는 이후에 그 가치가 점수로 계산되기 때문에,
얌체처럼 다른 사람이 가진 설비만 이용한다고 해서 꼭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즉 건설이냐, 구입이냐, 혹은 설비의 이용이냐를 잘 따져가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대책없이 건축만 하는 것도 좋지 않고,
남이 건설을 해주기만 기다리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자원의 업그레이드라는 점이 굉장하다. 지금까지의 자원은 돌이면, 돌.
나무면 나무, 가축이면 가축이고 그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자원과 자원끼리의 교환이나 자원을 팔아서 다른 자원을 산다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자원이 더 좋은 자원으로 업그레이드 된다는 개념을 가진 게임은
지금까지 얼마나 될 것인가?

이 게임에서는 곡식은 빵으로, 소는 고기로, 철은 강철로, 흙은 벽돌로,
나무는 숯등으로 자원이 변화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킨다. 즉 건물과 시설의 적절한 이용으로 자신이 가진 자원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다. 이 게임은 배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매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대량의 식량을 배가 어느정도 메꿔주기 때문이고,
게임 종료시 승점으로 사용되는 돈을 자원과 맞바꿔 직접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설비도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배에 비해서는 너무도 부족하다)

배를 건설하거나 구입하는 것은 이 게임에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며,
배의 소유주가 되면 다른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유리한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한 라운드에 단
한 명 뿐이며, 만약 배를 구입하지 못하고 라운드를 넘기면 배의 건설이나
구입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코스트가 비싸지거나 더 수준높은 자원을
요구하거나)

따라서 초반에 모든 플레이어가 필사적으로 배를 얻기 위해서 노력할텐데,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먼저 배를 가지게 된 플레이어가 견제의 대상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된다.

1인플 테플 밖에는 해보지 못하여 이 게임의 견제 요소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나, 분명 아그리콜라의 자원 선점 보다는
다양한 방법의 견제 수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게임 라운드 숫자를 조정할 수 있어서,
짧은 게임과 긴 게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할 수도 있다.
(1인플 부터 5 인플까지 지원하지만, 아마도 3-4 인플이 최적일 것 같다.)

다양한 생산 건물 및 설비는 특정 설비를 중점적으로 소유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해주며, (그냥 남의 설비를 이용할 때 보다
더 많은 자원을 얻거나 할 수 있다) 설비의 조합으로 인하여 다양한 테크
트리를 노려 볼 수 있다는 것과, 아그리콜라 처럼 여러가지면에서 감점
요소가 없다는 것이 게임 중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콩 아저씨의 게임이므로 분명히 앞으로도 막대한 양의 확장 카드가
발매되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지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아그리콜라라는 선입견 때문에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아그리콜라보다 한 수 더 높은 수준의 게임으로서 완성되어 있는 것 같다.

감히 얘기하자면, 르 아브르를 해봤을 때 "푸에르토리코의 진화형태" 라고 까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그리콜라의 경우는 푸에르토리코와 비교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근래 들어 마추픽추를 능가할 게임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르 아브르는
마추픽추에 필적할 만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
마추픽추 리뷰를 미루고 있는데도 르 아브르는 테플 밖에 안했는데 리뷰를
쓰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ㅅ=)a

어쨌든 대단한 게임임에 틀림 없다. 여러분들도 지름신의 유혹에 넘어가길.
(이런 아까운 게임을 나 혼자만 사다니! 용서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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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ilverRuin 2009/05/12 16:13 # 답글

    내가 지은 건물을 다른 사람도 이용이 가능한 건 케일러스에도 있었지만, 르 아브르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되었죠. 한글판이 나와주면 좋겠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라 슬픕니다 ^^;
  • 디굴디굴 2009/05/12 18:14 #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케일러스에서도 좋은 건물을 지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그 위에 일꾼을
    올려 놓는 것이 부담되어서 건물을 짓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르 아브르의 경우에는 "건설" or "구입" 이라는 두 가지의 방식으로 그 부분을 훌륭하게
    처리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정말 시스템 적으로 감탄을 할 수 밖에는 없는 게임이더군요. 아그리콜라의 경우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르 아브르를 보면 대단하다. 라는 생각 밖에는 안들더군요.
  • Jade 2009/05/12 20:09 # 삭제 답글

    음... 급땡기는데... 근데 플레이 시간때문에 너무 부담이 되요 T_T
  • 디굴디굴 2009/05/12 22:39 #

    사람 인원에 따라 플레이 시간은 얼마든지 달라지고, 긴 게임이 부담이 되면 짧은 게임으로
    적은 라운드를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시는 거보다 괜찮으리라 생각해요.
  • SilverRuin 2009/05/15 18:54 #

    적은 인원으로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신 후에 사람 수를 늘려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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